국립산림치유원

위치 : 경상북도 영주시 봉현면 및 예천군 상리면 옥녀봉 일대

대지면적 : 1,514,945m² (약 45만평)

건축물수 : 47개

연면적 : 22,648m² (약 6,850평)

용도 : 관광휴게시설, 교육연구시설

* 해당 건축물은 필자가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재직 당시 설계에 참여했던 것으로서 관련한 모든 저작권은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설계에 참여 했던 결과물을 ‘답사’하면서, 설계 당시의 고민한 내용을 반추하고 의미있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에세이 형식의 글을 적어 보려 합니다.

건축 설계자에게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보게되는 순간이야말로 설계하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가장 뜻깊은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긴 시간동안 고생하면서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을 현장에서 대면하게 되면 다양한 감정이 밀려오게 됩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감정이란 마치 애지중지 키운 자녀를 출가시키는 부모의 마음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간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주가 개인 혹은 법인이므로 특정한 경우가 아닌 이상 설계자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해당 건물을 체험할 수 없게됩니다. 반면에 본 건축물은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설계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시간에 방문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017년 봄에 방문한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A. 프로젝트 컨셉

쉽게 설명드리고자 최근 TV프로그램 한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래 사진은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예능다큐 프로그램의 캡쳐사진 입니다. 한적한 숲속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일정시간 머무는 연예인들을 밀착해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입니다. 그들은 바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 나름의 힐링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곳은 저 TV프로그램에서 의도한 바를 국가차원에서 상징적으로, 또한 이를 단지 규모로 실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tvN ‘숲속의 작은집’ (출처:tvN홈페이지)

 

사업의 개요에 명기된 단지개념의 원문을 발췌해봅니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인간의 다양한 심신의 불균형의 문제를 자연과의 적극적 접촉을 통한 산림 치유라는 행위를 통해 극복하는 것을 전제로 이에 대한 연구, 치료, 숙박 등의 복합시설의 개발’

전국 각지에 이미 보편화된 ‘휴양림’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더 전문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림 치유라는 대상을 연구하는 ‘연구시설’이 있는 점, 일반적인 휴양림에서는 단기 숙박만 가능한 반면 이곳은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水치유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치유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전문성의 이유일 수 있겠습니다. 추가적으로 산림자원의 활용에 관련한 연구시설도 있습니다.

건축물 내 프로그램 외에도 옥외 시설 또한 한결 심화된 개념을 시도합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설인 숲속 산책로 외에도 치유 정원, 산약 초원 등 방문자가 직접 텃밭을 가꾸어보는 개념의 체험 프로그램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들은 운영에 있어서는 통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제 각 시설들은 넓은 대지에 흩어져서 존재합니다. 이는 치유시설들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한 곳에 머물지 말고 움직이면서 자연과의 접촉을 증대시기게 하는 효과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 배치도 (좌측이 영주시, 우측이 예천군)

 

B. 건축물 개요

이제 넓고 다양한 건물과 프로그램이 있는 산림치유원을 직접 방문하면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은 국립산림치유원 홈페이지 입니다.

http://daslim.fowi.or.kr

국립산림치유원 메인화면

 

국립산림치유원(이하 치유원)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치유프로그램, 다양한 시설의 안내, 예약 등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총 시설의 종류는 13개이며, 건축물의 개수는 47개에 달합니다.  그 중 주요 건축물의 종류와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 건강증진센터 : 방문자들의 시설 안내, 접수, 신체진단, 산림치유소개 등

– 산림치유수련원 : 다수의 방문객의 단기간 체류시 제공하는 숙소

– 수치유센터 : 물속에서의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심신을 치유하는 실내외 스파, 사우나

– 산림테라피연구센터 : 산림치유 연구소 및 연구원 숙소

– 산림치유마을 : 숲 속에 독채로 구성된 숙소로서 2인, 4인, 6인실 등 규모가 다양함

 

모든 시설은 사전 예약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산림치유 효과를 위해 숙박도 필수적이구요. 더불어 일정상의 모든 식사도 제공됩니다. 식사는 산림치유의 컨셉에 맞게 자연주의 저염식입니다. 숙박일수와 숙박동을 정하고 입금하면 예약이 완료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설중에 방문객들이 순서상 가장 먼저 들러야할 시설이 ‘건강증진센터’입니다.

건강증신센터 전경

건강증진센터는 방문자들의 시설사용에 대한 안내, 접수에서부터 다양한 신체지수 검사, 산림치유에 대한 소개 등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사전에 예약된 숙소에서 짐을 풀고, 예정된 시각부터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체험프로그램(단기체류자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산림치유사님들의 안내에 따라 숲속에서 다채로운 체험을 합니다. 기본적인 체조와 트래킹을 통해 방문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숲이 주는 좋은 기운을 한 껏 흡수합니다. 이후 다양한 공작활동을 합니다. 천연향초, 천연핸드크림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들을 직접 만드는 체험입니다. 이후 제공해주는 식사를 하고나서 자율적 선택에 따라 수치유센터를 사용하게 됩니다. 수치유센터에서는 안내에 따라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수압 마사지 등을 받게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야외에서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방문객의 숙소인 산림치유마을 혹은 산림치유수련원에 돌아가게 됩니다. 산림치유마을같은 경우는 전국 휴양림과 거의 유사한 규모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곳의 경우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외관에 황토벽돌, 자연석, 통나무 등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과 내부 구조체를 목구조로 구성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림치유마을 (예천군 문필봉지구) 전경
산림치유수련원 전경

여기까지 치유원의 시설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C. 디자인 주안점

  1. 작은 단위를 지향하는 건축

이렇게 많은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있어서는 우선 전체적인 코디네이션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각 건축물별로 필요한 기능을 만족시키는 세밀한 접근이 따라가야 하겠구요.

모든 건축물은 공통적으로 ‘산’ 속에 위치합니다. 당연히 급경사지에 배치되는 악조건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구요. 따라서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사용자들이 최대한 자연과 밀착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규모 콘도나 호텔의 개념보다, 작은 면적의 것들이 흩뿌려진 산 속 별장들이 가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단위를 지향하는 건축’이 그 것 입니다.

앞서 ‘산림치유마을’을 보셨습니다만, 이러한 숲 속의 단독 별장과 같은 건물이 대표적이겠구요. 그 외에도 건강증진센터, 산림치유수련원, 하이드로 테라피센터 등 제법 덩치가 있는 건물들도 되도록 작은 단위로 공간을 분절하여 경사지에 편안하게 앉혀지도록 하되 브릿지 등으로 이어주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방문객은 작은 단위의 건물 사이를 브릿지를 통해 이동하여 자연과 최대한 많이 접촉하게 됩니다.

  1. 긴장감을 풀어주는 익숙한 외관

고백하자면 최초 계획안에는 아주 세련된 느낌의 박스형태의 외관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이 후 발주처와 다양한 대화를 통해 숲과 어울리는 외관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편안한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고 생각이 됩니다.  박공형태의 양면 경사지붕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집의 모양을 하고 있구요. 도시의 급박한 삶에 찌든 방문객에게는 오히려 편안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면에서는 적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벽돌, 나무 등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의 재료를 외장재에 적용한 점은 이와 맥을 함께합니다.

  1. 저밀도

산림치유원이 개장할 당시에는 아주 인기가 많아 제 기억으로 2달 정도 예약이 불가할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1~2주 전이라면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캠핑이 인기가 많아서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 할 거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곳은 수도권가 거리가 꽤 멉니다. 또한 아직 많은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인기가 많이 사람이 북적북적 한다면 되려 이 단지의 컨셉에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 곳은 방문객이 한적하게 자연을 만나길 의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 곳의 개발 컨셉과 어울리는 ‘저밀도’를 염두하였습니다. 꽤 먼거리를 방문객 스스로의 힘으로 이동하기를 권장하는 단지개념에 따라 배치 또한 저밀도와 건물간의 이격을 고려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자연을 더 많이 만나게 하도록 의도했기 때문입니다.

 

D. 결과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입장에서 더 많은 방문을 통해 입체적으로 건물을 느껴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아쉬운 마음이 진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 곳이 많이 알려지고 정착이 된다면 달라질거라 생각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의 손에 오기 전 건축물의 해당 면적과 세부 프로그램이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건축분야 설계자로서 이미 정해진 사업 규모의 공간을 설계할 수 밖에 없었구요. 따라서 수요에 비해 크고 많은 건물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를 최대한 좋은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방문했던 날은 가뜩이나 평일이라 방문객이 별로 없었는데 연구동에는 대조적으로 연구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나름 단지 어딘가에서라도 건물이 꾸준히 잘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목재 자원을 이용한 개발을 위해 필요한 나무조각이 깔려있었는데 대략 이 연구소의 연구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운영측면에서 굳이 체류와 숙박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이러한 연구분야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축가는 클라이언트의 의도에 맞추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있습니다. 발주처에서 요구한 바에 맞추어 진행하게 되면서 최초에 구상했던 다소 실험적인 형태와 재료를 구현해보지 못한 부분은 못내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토속적이고 편안한 느낌의 외관을 만드는데 그럭저럭 성공한 것 같아 보이는건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재료의 선정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이러한 아쉬운 부분이 ‘통일성’있게 적용되어있어 다수의 건물이 일정한 감정을 주는 효과는 나름의 수확으로 여겨집니다.  편안하지만 세련된 느낌의 내구성 좋은 값비싼 재료는 공사비가 넉넉한 프로젝트를 만나는 행운이 있다면 그 때 적용해보기로 하고 아쉬움을 덮습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때 모자란 숙소를 해결하기 위해 이 곳이 사용되었다는 뉴스를 접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셨던 분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한 더 많은 홍보로 이 곳이 평일에도 이용자가 (적당히) 많은 상황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이 곳을 자주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다음에 이러한 프로젝트를 맏게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때에는 뭔가 비슷한 흐름의 매우 다른 결과물 나올꺼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에겐 쓰디 쓴 한약과도 같은 프로젝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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